요즈음 아이들은
해찰이라는 말을 알까?
설령 안다고 한들 해찰부릴
시간이나 틈이 있을까?
촘촘히 짜여진 계획표대로
시간을 쪼개서 이곳저곳에서
앞날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을 테니까
때로는 쓸데없고
부질없이 보이나
여기저기 이것저것에
관심을 잠깐씩 두는
일상의 가벼운 이탈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1. 쓸데없는 다른 짓을 하다
2. " 게으름 피우다 "라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이다.
해찰하다 [해찰]은 쓸데없이 딴짓을 하는 것
1. 마음에 썩 내키지 아니하여 물건을 부질없이 이것저것 집적거려 해치다.
2. 일에는 마음을 두지 아니하고 쓸데없이 다른 짓을 하다.
3. 어떤 일에 정신을 집중하지 않고 다른 일이나 쓸데없는 짓을 하다.
4 . 이것저것 공연히 집적거려 상하게 하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란 자칫 한눈팔고 해찰하기 일쑤라서 가끔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동네에서
초등학교까지 가는 길은 참으로 멀었다.
꼭 저수지를 지나서 다른 동네를
지나서 한참이나 가야 했는데
나를 무척이나 좋아하셨던 할머니께서는
학교 가는 아침마다 늘 해찰부리지 말고
얼릉얼릉 온나 하고 당부의 말씀을 하셨지만
시계도 제대로 없는 때라
언제나 늦은 시간에 집에 도착하곤 했다.
학교 가는 길이 멀기도 하였지만
학교 보다 학교 가는 길이 훨씬 재밌었다.
봄이 오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나지막한 산에는 진달래는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도 있었다.
꽁지말꽃(춘란)은 이쁘기도 하지만
쓱쓱 벗겨 먹으면 맛이 좋았다.
길가에 제비꽃도 인사하고
논에 올챙이도 재미있는 구경거리였다.
이래 이래 하다 보면 지각도 해서
선생님한테 꾸지람도 들었지만
그래도 해찰부리는 것은
학교 다니는 동안 일과가 되었다.
할머니는 늘 당부는 하셨지만
무조건 잘 봐주셨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논에서
여러 사람들을 사서 모내기하는 날
집에 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지금 쓰고 있는 못줄이
너무 듬성듬성하니
좀 더 밴 못줄을 집에 얼른 가서
가져오라고 하셨는데
가는 동안에 해찰부리다
그만 잊어버리고 가져다
드리지 못해서 기다리다가
모내기가 늦어졌고
수확량이 적어졌다며
아버지께 밥을 적게 먹으라는
꾸지람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오가며 쉬었던 바위나 엄청나게
크고 높게 느껴져
두렵기까지 했던 언덕 길,
비가 오면 진흙 길에
빠져서 허둥댔던 일,
발이 너무나 시려서
거의 울다시피 하며
학교에 갔던 일,
친구들과 해찰부렸던
아련한 추억들이 지금도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내 이야기 주머니를
풍성하게 한다.
오늘도 해찰부리고
집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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