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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영화에 나올 것만 같은 시나브로는 순 우리말일까요?

정보 나눔터/알듯말듯한 우리말 이야기

by 비크파이 2024. 2. 1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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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는 어떤 뜻을 가지고 있을까요?
시나브로는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이라는 뜻의 순우리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떠한 일이 일어났을 때
주로 사용하는 말입니다.


'시나브로'의 국어사전 의미

1.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영어사전 의미
by imperceptible degress
little by little bit by bit

 

예를 들면,

1. 날은 시나브로 어두워지려 하고
땀도 가신지 오래여서,
다시 산허리를 타고
갑사로 내려가는 길에,
눈은 한결같이 내리고 있다.
<이상보의 갑사로 가는 길 중에서>


 

고등학교 때 남매탑의 전설을 이야기하는
이상보의 수필 갑사로 가는 길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
내용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렸지만
‘시나브로’라는 말을 지금도 기억이 난다.
그 시절 ‘시나브로’란 말이 외국어처럼 들렸고
그런 줄 알았는데
순우리말이라는 것을 알고
참 예쁜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갑사는 아직까지도 가본 적은 없지만
갑사는 420년 아도화상에 의해
창건되었으며(천진보탑),
백제 위덕왕 3년(556) 혜명대사가
천불전과 보광명전, 대광명전을
신축하였다고 전해진다.
이후 통일신라 의상대사가 중수하여
화엄십찰(화엄대학지소/국중대찰)로 발전하였다.

 


갑사로 가는 길의 내용을 살펴보면
토요일 오후 함박눈이 내린 동학사에
등산복 차림의 일행 넷이 들어선다.
이들은 절 주변을 보고 갑사로 오른다.
일행의 눈에 비친 갑사 가는 길은
설국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갑사에 이르자 한일자로 세워 놓은
계명정사가 보였고 뜰 좌편 가에는
남매탑이 보였다.
남매탑에는 신묘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신라 선덕여왕 원년에 당승 상원대사가
이곳에서 움막을 치고 수도하고 있었다.
어느 날 밤,
큰 범 한 마리가 움집 앞에 나타나
아가리를 벌리기에 상원대사는
죽기를 각오하고 범 아가리에 걸린
인골을 뽑아 주었다.
여러 날이 지난 뒤,
그 범이 처녀 하나를 물어다 놓고 가버렸다.
그 처녀는 경상도 김화공의 딸이었다.
대사는 김화공의 딸을 집으로 데려다 주었으나
상원대사의 인격에 반한 처녀는
부부의 인연이 이뤄지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상원대사의 불심은 변하지 않았고
이에 처녀는 상원대사와 의남매를 맺는다.
그들은 서로 불도에 힘쓰다 서방정토로 떠난다.
이 신묘하고 감동적인 남매탑의 전설은
언제나 등산객의 심금을 울린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요즈음처럼 모든 것에서 바쁘고
빠른 스피드를 원하고
멀쩡한 말도 무슨 암호처럼 줄이고
심지어는 자음만 사용하여 소통하는 시기에
시나브로란 말이 얼마나 여유롭고
마음을 풍성하게 하는지
시나브로로 소중한 우리말과 더불어
소중 이야기들이 사라져간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시나브로’라는 말을 알고 쓰는 분을 만나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그분도 시나브로 많은 세월을 보냈을 것이다.
나 또한 시나브로 얼굴에
세월을 많이도 담았다.
우리 엄마의 얼굴을 닮았을 텐데
이 나이 먹은 엄마의 얼굴을
본 적이 없어서 상상하기조차
어려우니 매우 속상하다.
젊은 날의 엄마 얼굴도
시나브로 기억의 저편에서 가물가물하다.
소중한 내 편과 함께 갑사에 다녀와야겠다.
전설의 남매탑도 볼 겸
초록이 지쳐 시나브로 단풍이 들 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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